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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이슈

매해 외국인 선수를 쫓아내는 KBL(Feat. 포웰,사이먼,길렌워터,버튼?)

by 주소남 2018. 4. 21.

목차

     

    2017-2018 KBL 프로농구가 플레이오프까지 모두 마쳤습니다. 사상 최초로 2패를 먼저 당한 팀이 후에 4연승을 하면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했는데, 바로 서울 SK나이츠가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준우승을 차지한 DB도 올해 하위권 전력이라는 사전 평가와는 다르게 은퇴를 앞둔 김주성과 새로 뽑은 디온테 버튼 그리고 두경민의 활약 속에 여러 구구절절한 잡음이 있었지만 이를 이겨내고 정규리그 우승, 플레이오프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달성했습니다.

     

    이상범 감독은 챔피언 결정전 도중, 내년 용병자유계약제도에서도 디온테버튼을 잡겠다면서 "디온테 버튼이 남아주지 않는다면 집에 가서 드러누울 것이다"라고 하면서 디온테 버튼에게 애정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여담으로, DB는 아마 다음 시즌에는 선수 구성이 크게 변할 것 같습니다. 팀의 주축 외국인 센터였던 로드 벤슨이 은퇴를 선언했고, 김주성도 은퇴를 했으며, 두경민, 서민수 선수가 상무 입대를 하기 때문에 선수단에 많은 변화가 생기고 다가오는 FA시장에서도 큰 손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자랜드 팬으로써 우승을 차지한 SK와 준우승을 차지한 DB가 매우 부러울 따름입니다. KBL은 여전히 심판의 자질 문제와 편파판정 그리고 수뇌부의 독단적인 행정 등으로 인해 농구 팬이 갈 수록 줄어들고 있고 이에대한 포스팅도 시리즈로 한 바 있습니다.



     

     

    정리하다보니 신기하게도 거의 매해 KBL은 외국인 선수들을 쫓아내다시피 해서 쫓아낸 경우가 적지않았습니다.

     

    단편적으로 이번 시즌 후 말이 많은 '2m 신장제한' 논란은 JTBC 뉴스룸에까지 나오면서 크게 이슈가 되고 있지만 여전히 프로농구 수뇌부는 바뀔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뿐만이 아닙니다. 일전에도 이러한 계속된 규정 변경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뛰고 싶어도 뛰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 정리해 보았습니다.

     

    2014-2015 인천전자랜드 리카르도 포웰(Ricardo Powell)

     

     

    제가 전자랜드 팬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2014-2015 인천전자랜드 농구는 굉장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정규리그 6위로 마무리를 하고, 3위 서울 SK나이츠를 상대로 6강에서 6위팀이 3위팀을 최초로 스윕하는 일이 벌어졌고, 이후 4강에서도 원주 동부(현 DB)와 5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아쉽게 2승 3패로 4강에서 탈락했습니다.

     

    이후 외국인선수 포웰을 비롯한 많은 선수들이 눈물을 보였는데, 바로 KBL의 규정 변경 때문에 리카르도 포웰을 다시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KBL이 기존 외국인선수제도를 바꾸면서 기존 선수와 재계약을 하지 못하게 했고, 장신/단신 선수로 나뉘어 선발하라는 규칙 때문에 196cm의 리카르도 포웰은 장신 선수로 분류되어 가치가 떨어지게 됩니다.

     

    포웰을 선발하자니 인천전자랜드에는 국내 토종 빅맨이 부족한 현실이고 이는 대부분의 팀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포웰이 우리나라에서 경쟁력이 없어질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되었습니다. 포웰은 인사이드에서 묵직하게 해주는 선수라기보다는 3~4번을 보는 테크니션형 선수로 외국인 빅맨을 수비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나마 다행히(?) 다음시즌, 국내 최장신 빅맨 하승진(221cm)을 보유한 전주KCC가 단신선수로는 안드레에밋, 장신 선수로는 리카르도 포웰을 선발했지만 둘의 공존과 더불어 여러 문제점이 보여 인천전자랜드의 허버트힐과 맞트레이드 되어 다시 우리팀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트레이드 된지 얼마 되지 않아 전주KCC와 맞붙었는데, 포웰은 한풀이라도 하듯이 전주KCC를 맹 공격했고, 전자랜드 선수들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한점차 승리를 거두었는데, 이 시즌을 통틀어 가장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던 경기였던 것 같습니다.



     

    경기 종료 후 리카르도 포웰은 "This is my home !!! This is my House!!!" 라면서 팬들을 뜨겁게 울리고 본인도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역시나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리카르도 포웰은 골밑 플레이를 주로 하는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당시 6강 진출이 힘들어 보였던 전자랜드는 매 경기 골밑이 뻥뻥 뚤리면서 시즌 꼴찌로 2015-2016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후 리카르도포웰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었습니다. 외국선수드래프트 현장에 종종 나타나기는 했지만 골밑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포웰을 찾는 구단은 현재까지 없습니다. 장신/단신도 당시에는 말이 많았지만 크게 실패한 제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비단 KBL의 잘못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한국형 외국인 선수였던 리카르도 포웰을 앞으로도 볼 수 없다는 것이 가슴이 아픕니다.

     

    2015-2016 창원LG 세이커스 트로이 길렌워터(Troy Gillenwater)

     

    2015-2016 창원LG세이커스에서 뛰었던 트로이 길렌워터는 KBL의 대표적인 희생양이었습니다.

     

    당시 KBL 측의 설명은 "지난 시즌 지속적인 비신사적인 행위로 재정위원회에 6차례 상정되는 등 KBL 선수로서 자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라면서 길렌워터의 2016 외국선수 트라이아웃 참가 자격을 제한했습니다.

     

    당시 2015-2016 리그 중에도 벌금을 무는 등의 악동 기질을 보이기는 했지만 이는 당시에도 여전히 심각한 심판의 자질에서 비롯된 문제였습니다.

     

    당시 농구를 보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길렌워터에게 심하다 싶을 정도로 편파 판정이 불렸고, 이에 흥분한 트로이 길렌워터는 심판에게 손으로 돈을 세는 제스쳐를 취했습니다.

     

    길렌워터가 느끼기에는 "심판이 돈을 받았다"라고 생각이 들었나봅니다. 당시 경기를 본 사람들은 그럴만도 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고, 결국 이 사건으로 인해 여러차례 징계를 받은 길렌워터는 트라이아웃 참가 제한에 걸려 나오지 못했습니다.

     

    트로이 길렌워터는 그동안 터키리그와 중국 리그에서 활약했는데, 특히 지난해 중국 리그에서는 챔프전 MVP에 선정되는 등 여전히 최정상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었습니다.

     

    이번 시즌 다시 그를 볼 수 있을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길렌워터는 트라이아웃 참가 제한에 걸렸을 뿐이지 우리나라에서 뛰지 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트라이아웃 참가가 없어진 자유계약제도 상황에서는 우리나라로 돌아올 가능성도 분명 있습니다.

     

    2016-2017 키퍼 사익스(Keifer Sykes)와 2017-2018 데이비드 사이먼(David Simon)

     

    키퍼 사익스는 오히려 잘 쫓나낸 사례(?)로 이야기 하기 위해 추가했습니다. 지난 시즌 통합우승을 달성했던 안양KGC 공사는 데이비드 사이먼과 키퍼 사익스 모두 재계약을 했습니다.

     

    하지만 시즌을 앞두고 키퍼 사익스가 돌연 터키리그에 진출했습니다. KBL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 KBL에서는 재계약 규정 위반으로 간주, 사익스에게 '5년간 KBL 선수 자격상실'의 제재라는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이는 잘된 선택입니다. 이미 우리나라와 계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 리그로 갔다는 것은 우리나라 스포츠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제재라고 봅니다.

     

    키퍼 사익스의 결정도 어느 정도는 올바르다고 보여집니다. 프로 선수는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팀에 갈 자유가 있으며 프로농구 시장은 넓기 때문에 잦은 계약 파기로 낙인 찍히지 않는 다면 더 좋은 오퍼가 들어온 팀으로 가는 것이 맞습니다. 키퍼사익스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문제는 올해 안양KGC 인삼공사를 4강까지 끌어올린 데이비드 사이먼입니다. 데이비드 사이먼은 다음 시즌 외국인선수 2m 신장제한에 걸려 적어도 다음 시즌은 우리나라에서 뛸 수 없습니다.

     

    데이비드 사이먼은 이번 시즌 53경기에 출전해 평균 25.68득점(리그 전체 1위), 리바운드11.11개(리그 전체 3위)를 기록하는 등 단연 외국인선수 중 TOP 급에 드는 선수였습니다.



    신장재측정에서도 202cm로 측정되어 안양KGC인삼공사는 데이비드 사이먼과 계약할 수 없고, 이는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키가 크다고 농구를 못하게 하는 제도는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을 만큼 심각한 문제이고, 많은 언론과 농구인들이 이에 대한 문제점을 성토하고 있지만 김영기 총재는 제도를 바꿀 생각이 없다고 못밖고 있습니다. 결국 그도 KBL 제도의 피해자가 되는 모습으로 가고 있습니다.

     

    디온테 버튼(Deonte Burton)과 테리코 화이트(Terrico White)의 운명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 외국인선수 MVP 디온테 버튼과 챔피언결정전 MPV 테리코 화이트 선수는 단신 외국인 선수로 분류되어 올 시즌 좋은 활약으로 팀을 상위권에 올려 놓는 역할을 했습니다.

     

    올 시즌을 끝으로 두 선수를 우리나라에서 다시 볼 수 있을지 의문이 생깁니다. 앞선 리카르도 포웰 선수와 비슷한 사례로, KBL은 올시즌 이후 자유계약선발 제도로 외국인 선수 제도를 변경하는 대신, 장신 선수는 2m이하, 단신 선수는 1m86cm 이하로 제한했고, 디온테버튼(192.6cm), 테리코화이트(192cm)는 장신 선수로 분류되어 가치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만일 디온테버튼과 테리코화이트 선수를 선발한 팀은 다른 외국인 선수 한명을 장신이 아닌 단신으로 뽑을 수 밖에 없는데, 그렇게 된다면 외국인 빅맨 역할 없이 한 시즌을 소화해야 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 부담이 따릅니다.

     

    디온테 버튼과 테리코 화이트의 기량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외국인 장신 빅맨의 가치보다 뛰어날지는 의문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B의 이상범 감독은 버튼을 재계약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인데, 본인의 의지도 중요하고, 팀의 국내 빅맨이 없는 상황에서 과연 이 두 선수가 다음 시즌에도 KBL에서 볼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